[강소블록체人] 김종환 블로코 대표이사 “블록체인 몰라도 되는 세상 앞당긴다”

신재혁 블로코 총괄부사장(왼쪽)과 김종환 블로코 대표이사(오른쪽)(사진=핀포인트뉴스)

 

“블로코는 블록체인을 몰라도 블록체인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블로코는 지난 2021년 12월, 국내 블록체인 전문 업체로는 최초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모의 기술성 평가 결과 A등급을 획득했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유망기술 기업이 기술평가를 통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기술평가 전문기관 한국기업데이터로부터 코스닥 상장에 필요한 평가 등급을 획득한 업체는 블로코가 처음이다. 블로코는 현재 올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차질없이 수월하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 18일, 블로코를 이끌어 온 김종환 대표이사와 신재혁 블로코 총괄부사장을 사무실에서 만나 블로코가 국내 IPO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 비전 등을 직접 만나서 들어보았다.

 

◆ 블로코를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지난 2014년 블로코 창립 때부터 이끌어온 김종환 대표는 원래 법학을 전공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친구로부터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비트코인에 대해 소개받고 재미있어 보여 가상화폐 거래소를 차리며 블록체인 세계에 입문했다.

김 대표는 거래소가 생각보다 돈벌이가 되어 거래소를 계속하다가 2012년에 매각하고, 2014년 12월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블로코에 참여해 창립 멤버로 함께했다.

그는 “법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블록체인은 계약서와 같다. 변하지 않는 계약서와 같은 게 블록체인의 매력”이라며 계속 블록체인 업계에 종사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김 대표는 머지 않아 블록체인이 널리 쓰일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2018년~2019년에는 블로코의 공동대표직을 내려놓고 NFT(대체불가토큰) 자회사 블로코XYZ 경영에 매달렸다. 블로코XYZ인 블록체인 DID(분산신원증명)·NFT서비스인 CCCV를 개발해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25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CCCV는 MBC 신봉선 NFT 개발 등에 활용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21년부터 다시 대표이사 직에 복귀해 블로코의 전문 경영을 맡고 있다.

신재혁 부사장은 미국에서 모토로라, 구글 등 대기업해서 일했고, 삼성전자 한국 본사 등에서 임원으로 일하다가 지난 2019년부터 블로코에 입사해 3년째 사업총괄을 맡고 있다. 신 부사장은 김 대표와 다르게 블록체인의 매력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는 “블록체인이 모든 기술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그래서 IBM 등 여러 대기업들이 도전했지만 블록체인도 리스크가 있고 복잡해져 생각보다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블록체인을 강조하기보다 고객사에 블록체인이 맞는 솔루션을 제시하거나 맞춤 상품 등을 제공하는 게 좋다”고 답변했다.

신 부사장은 “30년동안 통신사 등을 거쳐왔는데 블록체인이 새로운 기술이라 집에서 ICO도 참여하고, 채굴도 해봤다. 이쪽 업계에선 젊은 친구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데 인맥 관리나 상품 개발 쪽엔 부족한 점이 있어 기업 고객 상대 비즈니스 개발, 조직 관리 등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 블로코가 코스닥 기술평가를 통과한 비결은?

김 대표는 블로코가 코스닥 모의 기술 평가를 통과한 비결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도움을 꼽았다. 가상자산과 달리 블록체인은 불법이 아니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프로그램을 과기부가 만든 덕분에 블로코가 그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블로코는 지난 2018년부터 과기부에서 진행한 블록체인 연구과제에 여러 차례 선정되어 관련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그 덕분에 블록체인 회사가 코스닥 기술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뭐든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불법 여부를 검증받는다. P2P 대출도 처음에 금융위원회에서 편법 여부가 없는지 심사하지 않았나”라며 “(코스닥 기술 평가를 통과한데는) 과기부 등 여러 진흥기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업체가 중앙집중화된 코스닥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데 겪는 고충이나 충돌에 대해서는 “제도화는 사회를 유지하기 만든 법이다. 해도 되는 행동이 있고 안 해도 되는 행동이 있다”며 탈중앙화 회사는 물론 규제 기관들과도 계속 협력하며 감사를 받아 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이 규제가 완화된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국내로 역진출하는 방식을 노리고 있다. 블로코에 국내 IPO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싱가포르에서도 자국민을 상대로 해외 기업이 가상자산 사업을 하려고 하면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관습법이 있어 쉽게 허가해주지 않는다. 블록체인이라고 규제 이슈를 바로 뚫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로코는 한국에서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등 규제기관들과 협력해 블록체인 관련 규제 이슈를 잘 소화해왔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현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한국 시장 진출할 때 국내 사업자들과 협력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 블로코의 사업 전략과 블로코가 바라보는 블록체인 산업 미래는?

블로코는 젬페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해 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 등을 바탕으로 쌓인 솔루션과 노하우를 활용해 STO(증권형 토큰) 나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이 누구나 쉽게 이러한 인프라로 활용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동안 토큰 사업을 하려면 금융 사업자 자격이 있어야 했는데 대선 후보들이 앞두어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 밝히면서 가상자산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블로코는 스스로를 가상자산 마켓플레이스 등을 만들기보다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 사업으로 확장하고 싶어하는 엔터테인먼트, 게임사 등 대기업들이 자사 IP나 리소스를 활용해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회사라고 소개한다. 또 누구나 블록체인 사업에 쉽게 진출하도록 도구를 파는 업체다.

신 부사장은 “블로코는 대기업들이 미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도큐사인이 그 예다. 외국에서는 잘 나가는데 국내에서는 막히는 부분이 있어 블록체인을 적용해 풀고 있다. 언젠가 블록체인을 강조 안 해도 블록체인을 일상에 쓰는 애플케이션이 스며들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대답도 다르지 않았다. 김 대표는 “블로코는 블록체인 MSP를 표방하고 있다. 클라우드가 쉬워보이지만 기업이 클라우드를 운영하려면 막대한 인력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클라우드 MSP 기업에 한 달에 일정 비용을 내고 관리를 부탁한다. 블록체인도 똑같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메인넷 뭘 써야 되냐는 식의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면 너무 어려워 이해 못한다. 산더미 같은 지식이 없어도 블록체인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블로코”라며 “인터넷이나 클라우드 작동 원리 몰라도 잘 쓰는 것처럼 이더리움이나 솔라나를 몰라도 블록체인을 쉽게 쓰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IT 기업들이 처음에 코스닥 상장할 시 많은 우려를 샀지만 결국 시장에 잘 정착한 것처럼 블록체인 기업들의 상장도 잇따라 박스권을 형성하고 어느 시점이 되면 게임, 커머스, 소셜 등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투자자들이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식적인 시장이 형성될 거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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