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코 “새로운 시대의 개척자로 블록체인 산업을 선도해 나가고 싶다”

‘블록체인’하면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한때 암호화폐 광풍이 불었던 여파도 있겠지만, 그 이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서비스나 상품이 없었다는 것이 더 큰 이유다. 도대체 블록체인으로 암호화폐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이 질문에 가장 적극적으로 고민했던 사람 중 한 명은 아마도 블로코의 김원범 대표일 것이다. 암호화폐 광풍이 불기 전부터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에 나섰던 김원범 대표를 만나 블록체인 기술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Q. 아마도 국내에서 블록체인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치고 블로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싶지만, 그래도 김원범 대표님이 우리 매체와 만나는 건 처음이니, 간단한 회사 소개 부탁한다.

블로코는 2014년에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당시에는 유일무이한 블록체인 기술 기업으로 출발했다. 지금도 국내에서는 블록체인과 관련한 원천 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블록체인 대표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2015년 기업용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인 코인스택(COINSTACK)을 출시했고, 이후 여러 기업들과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9년에는 오픈소스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아르고(Aergo)를 선보여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Q. 2014년이면 국내에서는 아직 블록체인이 생소할 때다. 그 당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블록체인을 시작하기 전 원래 했던 일이 클라우드, 빅데이터 그리고 분산 시스템 관련 개발자였다. 그 당시에 우연히 비트코인과 관련된 해외 커뮤니티를 접하게 됐는데, 비트코인의 백서를 읽어보니 블록체인 분산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정도 기술이면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볼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막상 창업을 하고 나서는 시장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블록체인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때 멘토 역할을 해 주신 분이, 미래의 고객들에게 너희 제품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어떤 시나리오로 움직일 것인지 계획을 세워서 일을 추진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산업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다면 역시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먼저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Q.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수요가 그 당시에도 있었나?

블록체인에 대해서 아직은 다들 잘 모를 때였으니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단순히 관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분위기는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한 가지 이슈가 됐던 것은 얼마 전 드디어 폐기된 공인인증서의 대체 기술로 관심을 받긴 했었다.

공인인증서 폐지에 대한 이슈는 그 때도 있었는데, 그동안 공인인증서가 구축해 놓은 높은 허들을 만족시킬 대체 인증 기술을 찾는 것이 큰 과제였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력 기술로 꼽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체 인증을 비롯한 쉽고 간단한 대체 인증 수단이 다수 개발되면서 대체 인증 수단으로서 블록체인의 가치는 예전보다 낮아졌다.

Q. 공인인증서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질문해 보겠다. 공인인증서가 법적 지위를 상실하면서 앞으로 여러 인증 기술들이 경쟁을 펼치게 될 텐데, 블록체인은 여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인증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미 공인인증서가 폐지되기 전부터 스마트폰에서는 공인인증서 없이 간단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인증 절차 자체가 간소화되고 있는 추세다. 블록체인 쪽에서는 DID(분산아이디)로 접근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듯싶다.

Q. 안 그래도 국내 DID 관련한 얼라이언스(연합체)가 5개가 될 만큼 DI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블로코는 어떠한 관점에서 DID에 접근하고 있나?

지갑과 DID는 블록체인 서비스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담당하기에,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나무가 비트베리를 만들고, 카카오가 클립을 만든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용자가 지갑/DID를 통한 인증을 거쳐야만 블록체인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얼라이언스를 설립하고, 탑-다운 방식으로 사용을 강제하는 형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은행권 인증 앱이 실패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본다. 개별 앱을 깔고, 복잡한 등록 과정이 필요하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블로코는 어느 한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기보다, 개별 기업 및 기관이 자사 서비스에 연동할 수 있는 형태로 접근하고자 한다.

Q.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전자 투표, 전자 계약 등 언택트 시대에 효과적인 기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블록체인 투표를 포함한 모든 전자 투표는 아직 공직 선거에 도입하기는 이른 단계지만, 방송사 인기 투표나 정당 투표에서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또, 기존 전자 계약은 종이 문서를 단순히 PDF로 변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블로코는 리카르디안 컨트랙트와 스마트 컨트랙트를 연동하고, AI와 머신러닝의 기능을 입혀 계약서의 전체 내용을 기반으로 추가적인 서비스와 연동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해 테스트 중이다.

그리고 언택트 문화로 인해 원격근무, 화상회의 등이 확산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주목도가 높아진 분야는 역시 교육이다. 특히 교육의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인프라 확장에 따른 서비스 가용성이나 보안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국내 대표 블록체인 전문기업으로서 최근 국내 블록체인 업계 현황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국내 핵심 기관이 다양한 공공 선도사업을 지원하고 있어 기술적인 부분은 꾸준히 발전 중이다. 블록체인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관련 산업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블록체인 전문 기업이 아닌 SI 업체들의 참여가 늘다 보니 원천/핵심 기술 개발보다 외산 오픈소스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치중하는 분위기가 있다. 원천 기술 개발 없이 서비스 개발에만 집중하면 세금으로 외국 기업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이미 지난 십수 년간 IT 산업 전반에서 겪었던 일들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Q.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아직 많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이 각각 가능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분야는 앞서 얘기한 DID나 계약 이외에도 공급망 관리, 보안, 물류 등 블록체인이 접목돼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쟁쟁한 IT 기업들이 닷컴 버블 이후에 등장한 것처럼, 버블 밑에서 조용히 원천 기술을 개발하며 와신상담하는 기업들이 점점 더 주목받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Q.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외 블록체인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측하나?

프라이빗-하이브리드-퍼블릭 형태로 발전해온 클라우드처럼, 블록체인 역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SI에서 PaaS로의 전환이다. 형태가 다양해지지만 적용할 수 있는 분야 역시 늘어나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데이터3법 등 관련 법규들 역시 하나 둘 정비되고 있고, 정부 지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내 블록체인 기술 수준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Q. 아무래도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특금법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특금법이 블록체인 업계에 미칠 영향은 없을까?

특금법이나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 권고안 모두 결국 ‘누가 누구한테 돈(혹은 코인)을 보내는지 기록하고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거래소 방식처럼 거래 DB와 사용자 DB, 은행 잔고가 거래소 내부망에서만 기록된다면 언제든지 변조될 위험이 있다. 또한, 다양한 영지식증명 기술의 등장으로 단순 법조항만으로 강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특금법이나 FATF 권고안 적용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활용될 것이다.

Q.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이 엔터프라이즈 영역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블로코가 중심이 된 아르고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선, 블로코가 국내외 대기업 및 공공기관과 구축해온 경험을 꼽을 수 있다. 블로코는 그동안 다양한 레거시 시스템과의 연동, 법적 리스크 대응, 수천~수백만 명이 동시에 사용하는 다양한 환경에서의 서비스 운용/유지보수 등을 경험해 왔다. 스탠드 얼론(Stand alone) 형태로 구현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는 그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으며,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이 중요하다.

또한, 이렇게 연동된 블록체인 서비스는 기존 시스템과 동일하게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이뤄져야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블록체인 분야는 ‘파괴적 협력’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이나 기관이 서로 다른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에코 시스템이 구현돼야 제대로 된 가능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스탠다드화, 다른 서비스와의 연동(연결)이 중요한데, 그런 관점에서 아르고 허브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Q.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재 주력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블록체인 ID, 전자 문서, 전자 계약, 플랫폼 등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 중에서 비중이 가장 큰 시장은 자동차/모빌리티 분야로, 공급망 관리부터 구매 계약, 자동차 이력 관리, 중고차 거래까지 자동차의 전체 라이프 사이클에 블록체인이 적용될 수 있도록 현대오토에버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계약과 관련된 부분은 앞서 언급한 스마트 컨트랙트, 리카르디안 컨트랙트와 연동하는 수준의 제품 개발을 법무법인과 협력해 진행 중이다.

Q. 마지막으로 블로코만의 비전이나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켜 나갈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올라 그저 이끌려 다니는 탑승객이 되고 싶지는 않다. 이왕이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아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나가고 싶다. 이를 통해 블로코라는 이름이 전 세계에 기억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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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코, 국내 블록체인 역사 담은 9번째 보고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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